비고스, 숲의 온기
많은 사람에게는 “비고스”라는 이름이 낯설지도 모릅니다. 내 친구 정훈이랑 첫 만남 때, 그가 고대 흑백 영화를 좋아한다고 말하자 “다른 나라에서도 그런 어릴 적 따뜻함이 있었겠지”라고 농담을 했는데, 그때 비고스를 처음 시식하게 되었습니다. 그 한 끼는 포근한 가을 밤, 윗층에서 들려오는 부엌 소리와 함께 뵙게 된 따뜻한 정서 덕분에 제 인생에 한 편의 인상 깊은 장면을 심어 주었죠. 그 기억이 오늘 이 글의 시작을 유연하게 만들었습니다.
자, 그럼 이제 함께 만들어 볼까요?
따뜻한 비고스 집에서 즐기기
필요한 재료들
| 재료 | 양 | 비고 | |——|—|——| | 돼지고기 목살 | 300 g | 작은 조각으로 썰어 주세요 | | 양파 | 1개 | 얇게 채 썰기 | | 양배추 | 1/4통 | 세로로 얇게 썰기 | | 대파 | 1대 | 송송 썰기 | | 마른 숙주나물 | 200 g | 물에 나른 뒤 물기를 빼 주세요 | | 다진 마늘 | 2큰술 | | | 새우젓 | 2큰술 | | | 사워크라우트 | 150 g | | | 소금·후추 | 약간 | | | 물 | 500 mL | | | 종이컵 | 1개 | 큰껍질이 있는 장터용 컵 | | 그릇 | 1개 | 큰 볼 |
Tip: 멀리서 물 한번 끓이면서 재료를 준비해 두면 도중에 배리를 덜어내기 쉽습니다.
만드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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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베이스 만들기
큰 냄비에 돼지고기와 양파, 대파를 넣고 물을 부어 끓입니다. 끓기 시작하면 기포를 걷어내고, 물이 끓어오르면 중불로 줄여 20분간 끓여 주세요. 이 단계가 다채로운 향을 녹여 줍니다. -
채소와 마늘 넣기
돼지고기, 양파가 잘 익으면 당분간 끓었을 때 세로로 썬 양배추와 다진 마늘, 다진 숙주를 넣어 삼십 분 정도 더 끓입니다. 마늘과 숙주는 다른 재료의 기름을 배란 동시에 스푼 같은 풍미를 가져다 줍니다. -
새우젓과 사워크라우트 넣기
체에 걸러 계속 끓는 물에 새우젓을 넣어 비고스 특유의 짭짤하면서도 부드러운 요리 맛이 살아납니다. 사워크라우트를 넣고 15분 정도 더 끓여 주세요. 사워크라우트가 비고스에 마치 작은 숲처럼 녹아들어 풍미를 깊게 만들어 줍니다. -
마지막 간 맞추기
소금·후추로 간을 맞추고, 필요하면 물을 더 넣어 농도를 조절합니다. 물을 너무 많이 넣으면 향이 묻힐 수 있으니 주의해 주세요.
Tip: 아침에 준비해 두면, 오후에 끓이기 시작하면 훨씬 맛도 심플해집니다!
- 서빙
완성된 비고스를 종이컵에 담아 따뜻하게 서빙합니다. 텁스름한 맛이 좋아 지니 강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초쩐다?하며, 기본 레시피에 더 말린 돼지고기와 양파를 넣어 별다른 카페처럼 만들 수도 있지요.
마무리
비고스의 풍미는 정원에 떨어진 낙엽을 집어 들며 느끼는 편안함과도 같아요. 자그마한 마루 위에서 “엄마가 부엌에 있어요” 라는 순간과 같죠. 가족, 이웃, 혹은 차가운 겨울 밤에 가장 가까운 사람과 함께 만든 이 한 그릇은 재미와 따뜻함을 동시에 전해 줍니다.
어린 시절 남아 있는 작은 기억이라도, 한 그릇의 비고스를 끓여서 나눠보면 그 기억이 새로워지지 않을까요? 지금 바로 주방에서 눈을 감고 재료를 펼쳐 보세요. ☺️